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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를 떠들기

유후인 개인온천 료칸, 기가막힌 와레모코

유후인의 개인온천 료칸, 기가막힌 와레모코를

나도 모르게 홀린 듯 예약했다.


누군가 말했던가, 겨울이면 찾아오는 후쿠오카 병이라고,
역시나 거르지 않고, 기가막힌 유후인 료칸에 찾아간다.

날씨도 추워지는데 훌딱 벗는 온천으로 지친 몸을
뎁혀주고 뜨뜻허게 앉아 힐링도 하고, 노래도 부르면서
이런저런 한해동안 후회담긴 생각도 해보자.


유후인 터미널에 내려, 예약한 와레모코의 셔틀을 기다린다.
기다리던 다들, 버스와 봉고을 타고 떠나서 언제 오나
했더니 버스도 봉고도 아닌, 볼보 승용이 날 델러 옴.

“일단, 픽업이 특별하니 나쁘지 않구마.”


한국에 관심이 많은 운전기사의 재미없는 개그와 함께,
아늑하고 옛스러우며 일본스러운 료칸, 와레모코에 왔다.


깨끗한 다다미와 방금 가져다 놓은
뜨듯한 차와 팥죽이, 나를 소소허게 반긴다.
이곳 낄본 료칸의 손님맞이는 아주 기가 막히구나.
낄낄낄~

 


은밀하게 훌딱 벗고 즐길려고 개인온천을 예약했다.
맘껏 훌딱 벗고, 다리 쫫쫘쫘 벌리고 맘껏 담그리라.

개인온천탕 앞에 펼쳐진,
산이 보이는 경치가 워매 좋아부러.

 


일단 뭘 하기 전에, 짐도 풀기 전에,
훌딱 옷을 벗어던지고 뜨거운 탕에 풍덩 몸을 담근다.
풍덩 들어가면 화상입는다. 천천히 하반신부터 들어가라.​
​​


유후인 와레모코에서는 편의점이 가깝지가 않기 때문에,
맥주를 사러 픽업 볼보를 얻어타고 나왔다.
또 다시 이어지는 재미없는 한국어 개그...


들어갈때는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택시를 타야겠다.


‘거기 누구 없나요?’ 료칸 방문 연출 포즈로
유카타 SNS 인증을 마치고,(그늠으 SNS)
이제 슬슬 카이세키로 저녁을 확 불사질러벌라.


코스로 구성된 카이세키가 시작되었다.
서비스는 말할 것도 없고, 일단 각종 음식은 기가막혀부러.

오늘은, 허구헌날 술에 꼬부라지는 내 혓바닥이
실로 오랜만에 호강하는 날이구마.
예쁜 색깔과 오밀조밀한 모양과 이곳 낄본의 맛에,
정신없이 먹다보니 배가 터질 듯. 낄낄


실컷 배터지게 먹었는데 일본식 화로구이

소고기가 남았네.


아까 만났던 볼보 픽업 운전기사가 직접 구워주는데,
(아니, 왜 여기서 고기를 구워...)
역시나 한국어(쩔어, 손가락 하트 등)로 구성된
어디서 줏어들은 재미없는 개그를, 어색한 웃음으로
받아주다가, 어느새 구워진 이 육즙 가득 소고기에
침이 줄줄 흐른다.


실컷 먹고 오니, 나른한 것이 몸 담그기 딱 좋은 상태여.
챙겨온 블루투스 스피커에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마을 곳곳에 김이 펄펄나는 야경보면서,
차디찬 겨울의 공기속에 훌딱 벗은 몸을 담궈 뎁혀주자.

개인온천탕에서는 노래가 절로 나온다.
“청산이~ 밝았느냐~..”


온천물에 몸이 많이 나른해지면 개인온천탕 입구의
안쪽 구석에 있는 안마의자로 몸을 솩솩솩 풀어주고
맥주 한잔 먹고, 느긋하게 쉬다가 또 담근다.

노곤노곤 몸이 더워지면, 잠시 일어나 유후인의
야경에게 홀딱 벗은 몸을 자랑하다가 또 몸을 담근다.
오랜만에 뜨뜻한 미소를 띄며, 행복하게 잠이 든다.


그러다가 눈을 뜨면, 유후인 겨울의 차디찬 새벽 공기를
마시며, 다시 훌훌 훌랑 벗고 탕에 몸을 담근다.

밥먹고 담그고, 술먹고 담그고, 담그다 잠들고,
일어나면 또 담그고, 아침먹고 또 담글거임.


정갈하게 준비된 일본식 아침식사로 못내

아쉬움을 달래며, 식사 후에 마지막으로 또

푹 담글 생각에 행복해진다.


들어오자마자 유카다 훌랑 패대기치고 담그고,
짐싸다가 마지막으로 또 훌딱 몸을 담그고,
샤워하러 나왔다가 아쉬운 마음에 또 담궜다가,
개인온천은 이래서 너무너무 좋다.

어쨌거나 시간이 다 되어 이제 그만~, 훌딱 짐싸자.


뜨듯하고 친절하게 나를 다시 채워준 유후인, 그리고
와레모코 료칸의 개인온천이여,
내년에 또 만나기를 기대하며 안녕.

여튼, 일본 료칸을 또 오더라도
민족의 아픔은 잊으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