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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를 떠들기

베이징 왕푸징거리, 중국

 

꼬치요리가 유명한 왕푸징거리가 있는,
중국의 뻬이낑을 슬슬 걸어보는 포스팅.

뻬이낑은 페킹(Peking)과 베이징(Beijing)을
합쳐 부른 것으로 둘 모두 뜡국의 북경을 말한다.

페킹(Peking)은 400여년 전, 프랑스 선교사로부터
유래한 우정식병음(郵政式拼音)에 따른 이름이고
베이징(Beijing)은 병음으로 표기한 북경(北京)이며,
영어로 대부분 불리는 이름이다.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둘 다 쓰인다.
최근의 병음표기에 따른 베이징이 국제적으로
많이 쓰이는 추세이다.
헷갈린다면, 까짓거 ‘뻬이낑’으로 불러버리자
​​


사람으로 가득한 무언가의 입구에 들어섰다.
뭔가 꼬치세계로 가는 시뻘건 입구인듯한데,
알고보니 공예품 거리의 입구이다.


꼬치세계의 정문은 뭔가 무서우니, 공예품들을
지나는 사이드 코스로 옆골목을 공략하자.
두근두근 설레는 꼬치와의 만남을 기대하며
공예품거리로 소심한 발걸음을 내 딛는다.

이곳 왕푸징거리는 남북으로 800m가량 뻗어있는
뻬이낑의 명동이자, 가장 유명한 쇼핑거리인데,
차 없는 거리로 지정되어, 길을 걸으며 맘껏 둘러보기
불편함이 없고, 1903년에 동안시장으로부터 시작하여
베이징 쇼핑중심지로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평소에 자주 접하는 빨간 생고기야 그렇다 쳐도,
예쁜 꽃꽂이 장식이 생각나도록 진열된 불가사리와
꿈틀꿈틀 움직이다가 최후의 모습 그대로 시커멓게,
홀라당 튀겨져버린 스콜피온의 모습은 다소 충격이다.
입에 넣는 순간에 나의 입술을 조커처럼 썰어버릴 듯
생동감 넘치는 모습으로 굳어진 전갈은, 나의 따듯하고
부드러운 입에 넣기가 두려울 정도로 생동감이 있다.

전갈의 독침 끝까지 앞니로 바스락 씹어주겠다던
한국에서의 작은 소망은, 무너지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바스락은 커녕,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아랫입술이 뒤집어지는 인상이 찌푸려지므로,
일단 전갈과 좀 더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친해지려고 키운다면, 먹기가 더 힘들지 않을까..)​

 

 


아쉬운대로, 맛의 예상이 가능한 삐죽삐죽 오징어와
전세계적으로 소문이 무성한 취두부에 도전한다.
왕푸징거리의 취두부는 관광객들을 위해 많이
순화된 맛이기 때문에 고민없이 입에 넣었다.


오징어는 쫀득하고 살짝 매콤한것이 막걸리가
생각나고, 취두부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쿰쿰한 누런 김이 뿜어지는 모습이 눈에 보일 것 같은
이 썩은 두부조각은, 나의 부드러운 입 안에서
냄새로 감추고 있던 소프트한 맛을 드러내며, 누군가의
입에 들어온 것이 썩은 두부로써의 삶을 마지막으로
빛내는 순간처럼, 그렇게 쿰쿰하게 목구멍으로
쉬이 ​썩어들어간다 넘어들어간다.


꼬치들을 지나 찾아들어간 기념품 매장에서는
온갖 장식물과 기념품들로 정신이 눈앞이 산만한데,
쉴새없이 어디서나 들려오는 큰 소리의 중국어가
귀를 사정없이 찔러대는 통에 잠시 이 좁은 골목을
벗어나고픈 충동을 느낀다


각종 구이와 향신료, 썩은 취두부의 냄새, 그리고
사람으로 가득한 좁은 거리의 출구를 찾아본다.


방향감각을 상실해 출구가 어딘지 알 수가 없다.
출구를 찾아보고자 하는 생각은 점차 급해지고
탈출 비슷한걸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갑자기 든다.


좁은 골목에서 탈출해, 백화점과 쇼핑타운이
가득한 메인거리로 뛰쳐나왔다.


숨을 돌리면서 왕푸징거리의 꼬치에 대해, 엄지손가락을
따봉처럼 치켜세우며 ‘정말 대단했어’라고 추억하고는
‘Wow!’를 연발한다.


조금 걷다보니 예쁜 왕푸징 성당이 나타난다.

1655년 청나라 시절 지어진, 베이징 4대 성당에
이름을 올리는 왕푸징 성당은 1807년 화재로 무너진
것을 로마식으로 다시 지었다가 전란에 또다시 폭삭,
1904년에야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심란했던 ‘불가사리 꽃꽂이’와 ‘전갈의
마지막 몸짓’을 위해, 그리고 아직 약간의 쇼크가
남아있는 나를 위해 훙이끼에 홀리듯 스르르 앉아
기도를 청한다.
​​


마음의 준비없이 섣불리 꼬치사냥에 나선 듯,
적잖은 충격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한 채
베이징 첫날 식사에 일본식 우동을 찾게 되었다.
중국에 와서 일식을 먹는 한국인 관광객.

 


대륙의 스케일이라는 말처럼, 건물들이 뭔가
큼직큼직하니 거대해보이기까지 하는 풍경이다.


역시 대륙의 스케일은 무시할 것이 못된다.
키가 작은 중국사람을 마주하더라도 대륙의
스케일을 떠올리며 큰사람 대접을 해보자.


밤이 찾아오니 왕푸징거리는 낮보다 화려한
조명으로 가득찬다. 저마다 나를 봐달라고
소리없는 전쟁중인 대형 백화점과 쇼핑상가들 사이로,
이곳 뻬이낑의 밤공기를 마시며 맑은 공기 사이로
살짝 스며들은 중국발 미세먼지를 중국에서 느낀다.
‘습습 하하 습습 후~’


큼직큼직 대륙 스케일에도 요런 작고 귀여운 자동차가
있었다. 외롭고 쓸쓸하며 고독한 1인승이다.

애인과는 타기 힘들다.(​더 좋을수도..)


납작복숭아를 사들고 쭐래쭐래 호텔로 돌아간다.
돌아가는 길을 잘못찾아 뒷길로 가게되었는데,
화려한 메인거리 바로 뒷길인데도 분위기가 영 다르다.
안쪽 작은 골목에서 패싸움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느낌이며 왠지 부는 바람에 전단지가 날아와
얼굴에 달라붙을 것 같은 거리의 모습이다.

외국인 유치를 위해 전략적으로 조성된 화려한
왕푸징거리는 심히 중국스러운 꼬치들과 공예품,
그리고 간혹 거스름돈을 마음대로 주거나, 아얘
주지 않는 상인들로, 관광객 유치와 억지 쓰는
중국스러움을 보여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듯 하다.


화려한 메인거리와 스산한 분위기의 뒷길은
보여주기와 자랑하기를 좋아하는 이곳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는 듯하며, 메인거리의 사람들과
뒷골목의 사람들은 천지차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다른 옷차림과 얼굴, 그리고 표정이었다.

여행은 마냥 좋지만 가끔 씁쓸해지는,
나는 듕국 뻬이낑 여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