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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떠들기

야끼소바, 후쿠오카 마루히야

야끼소바 먹으러 후닥닥 후쿠오카에 가보자.

후쿠오카에 오면 이치란 라멘 본점을 비롯한
수도 없이 많은 맛집이 있지만, 야끼소바를 먹으러
소소한 동네 백반집같은 작은 마루히야에 들러
식사를 한다.

​후쿠오카 다자이후 이치란 라멘 보기

생각보다 아담한 상아색 건물의 1층에 자리잡고
있는 이 야끼소바집의 역사는 내가 알턱이 없지만
살짝 궁금하기는 하다.
역사는 나중에 알아보기로 하고 일단 맛을 보자.


작은 식당 안에 테부루들이 꽉 들어차 있다.

등받이 없이 뒷사람과 등을 마주대고 정겹게
식사하는 의자와 의자 아래의 가방 바구니,
벽마다 붙어있는 옷걸이는 일본 특유의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좁다.

문 밖에는 흡연자를 위한 작은 재떨이도 있고
깨끗한 느낌의 주방을 전부 볼 수 있는 구조가
마음에 들지만 좁다.


한국 관광객을 위한 후쿠오카 맛집 길라잡이에
광고해 달라고 돈을 낸 식당이 어디어디인지 한번
찾아보는 와중에도 식당과 자리는 좁다.


외국인을 위한 메뉴가 없다고 별로다, 불친절하다
하고 시끄럽게들 떠드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외국인을 위한 메뉴가 없는 것이, 자칫 외국인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철저하게
‘현지 식당의 현지식을 판매한다’는 의미로
넓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

만약 모든 외국 관광객을 위해, 메뉴판 여러장에
일어, 한국어, 중국어, 영어, 불어, 독어 등이
가득하다면 그것이야말로 현지식이 아닌
여러 사람의 입맛에 잘 맞는
퓨전식 식당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니까.

어차피 야끼소바랑 치킨 가라아게를 먹을거지만
일단 메뉴도 한번 훑어보고 낄본 야끼소바의 맛을
기대하면서 주문을 마친다.

그리고는 굶주린 배를 문지르며 조용히 기다린다.

주문을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맞게 나온다.

먹음직스럽게 김이 펄펄 나는 야끼소바와
잘 튀긴 치킨 가라아게의 냄새가 콧구녕을
가득 메우는데,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다가
귀신에라도 홀린 듯 스르르 젓가락을 들어
치킨 가라아게를 한입 먹어본다.


‘파샤샤삭’ 하는 소리와 함께 겉의 튀김이 깨지고
뽀얀 닭의 속살이, 무지막지한 어금니로 뭉개지면서
짭짤하고 고소한 맛과 향이 입안에 싸질러진다.

양이 적어서 먹기 아까울 정도로 맛이 있다.


숙주나물과 잘 버무려진 통통한 면을 함께
사알 들어 입으로 가져간다.

쫄깃 탱탱 쫄탱면은 씹히지 않으려는 듯
혓바닥 위에서 요리조리 엉덩이를 씰룩이며
이빨을 피하다가, 실컷 약이 오른 어금니에
사정없이 뭉개지며 목구녕으로 사라져간다.

그냥 뭐.. 탱탱하니 맛이 있다는 소리다.


단촐하니 적지도, 과하지도 않은 식사..
라고 생각했는데 먹다보니 배꼽으로
면이 나올 듯, 배가 터지기 직전이여.

후쿠오카에서 먹는 야끼소바는 한국에서
흉내만 그럴싸하게 낸 일부 일식당과는
약간(???) 다른 일본의 맛이 분명 있긴 있었다.


이곳 후쿠오카의 길을 오가는 현지 사람들과
같은 식사를 하면서, 매일 쏟아져 나오는 블로그의
맛집들과는 다른 현지의 맛을 얻어간다.

무언가 일본 마루히야의 기운이
나에게 슬쩍 깃들은 느낌이라고 헐까.

그치만 일본이 깃든다고 역사를 잊으면 안된다.
식당에서는 맛만 깃들면 된다.

역사로 마무리하는 후쿠오카 마루히야 포스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