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뭐가 맞는 것인지 한글로는 알길없는,
중국 베이징의 짜장면 파는 중국집 이름.
老北京炸醬面大王
라오베이징자장몐다왕
라오베이징짜찌앙멘따왕
라오뻬이낑작작몐따이호왕(?)
뭐가 맞든 그게 뭐 대수인가, 맛있으면 그만인 것을.
중국 산둥반도 지역의 가정식이었던 짜장몐.
한국식 짜장면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진짜
산둥반도 짜장몐이 베이징에서 판다는 소식을
접했을때, 짜장몐이 전파한 역사를 파헤쳐버리고,
현지 짜장몐과의 비교 분석을 위해 일단 짜장면 한그릇
시켜먹고 떠나보자, 베이징 ‘노북경자장면대왕’으로.
베이하이 공원 근처의 늙은북경자장면이 타겟이다.
큰 대로변에서 성업중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웃통벗고 시끄럽게들 바둑두는 사람이 많은 좁고
소소한 도로를 지나간다.
이날은 오전부터 만리장성에서 하루에 쓸 걸음을
70%이상 소진했던 터라, 뒷꿈치가 깨져버릴 것
같았지만 나의 사랑 짜장면을 위한 열정과 춘장의
비밀에 대한 목마름은 막을 수 없다.
너무나 썰렁하기 그지없는 쯍쿡집 앞에 도착해서,
‘아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라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웨이팅은, 쓰레기통에 농구 2점슛 자세로 던져버렸다.
손님이 단 한명도 보이지 않는 중국집 앞에 서서
‘여기 맞나?’하고 약간 망설이게 될 정도로 사람이 없다.
‘그래, 밖은 그럴 수 있다. 웨이팅이 없을 수도 있지.’
“뭐야, 여기 망한건가 임병??”이라는 소리가 나도
모르게 육성으로 터져나왔다.
사람 한명 없고, 파리 몇마리가 날아다니고, 심지어
불도 켜지 않아 컴컴한 분위기의 홀 입구에
멍때리고 서서 ‘어디서부터 꼬인건가’ 라며, 잠시
생각을 해보려는 찰나에 안쪽에서 사람이 나오며
자리 안내를 한다.
안내에 따라 앉긴 앉는데, 뭐 안내랄 것도 없다.
이 넓은 홀에 손님이 아무도 없으니까.
자리에 앉으니 홀에 불이 켜지면서, 안쪽이 밝게
보이는데, 사람이 한명 있다. 뭔가 반가운 동시에 놀랍다.
컴컴한 홀에서 컴컴한 짜장몐을 먹고 있었다니.
단골이라 전기료를 아끼고 있던걸까, 아님 컴컴한데서
아늑하게 먹겠다고 한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먹다가 잠들어서 친절하게 불을 꺼준 것인가.
궁금증은 일단 뒤로하고 주문을 해보기로 한다.
짜장몐과 탕술뤅(탕수육)을 시킨다. 기본 세트메뉴이다.
삼색찬란한 면그릇과 뭔가 소스같은 작은 그릇을 받고,
간짜장처럼 부어 먹는 느낌인 것을 느낌적인 느낌으로
알아챈다. 작은 소스그릇에 담긴 춘장으로 저 면과
야채를 다 비비자니 한참을 비벼야 한다.
게다가 단무지같은건 없고, 테이블에 까지 않은
생마늘이 있는데 단무지 대신 까서 먹는다.
나중에 알고보니 일반적으로 춘장은 짜서
다 넣지는 않는다고들 한다.
‘어쩐지 좀 짜더라..근데 그럼 허옇게 먹는건가?..
그래서 불 꺼진 홀에서 혼자 먹을 수 있었던 것인가?’
실컷 비볐는데도 허연 색깔에 춘장이 부족한 듯한데,
뜡쿡 짜장몐의 맛은 그닥 나쁘지 않다.
아무래도 우리의 짜장면은 1950년대 중반부터,
춘장에 단맛을 내는 캐러멜을 넣어 한국식으로
개량된 것이라, 짜고 느끼한 중국식 짜장몐이
맛있을리 없지만, 아얘 다른맛은 아니다.
한국식 보다는 맛은 덜하고, 단맛이 덜해진 만큼
중국의 느끼함이 가미되었다고 할까.
중국식 탕수육, 탕술뤅의 겉은 살짝 딱딱한데,
마치 고구마맛탕과 비슷한 겉면의 식감이고
진짜 고구마맛탕처럼 새콤달콤하며 쫀듯한
맛이 일품이다. 근데 양이 적다.
그리고 찍먹, 부먹 따위 없다.
볶아서 나오니 볶먹인가, 발라져서 나오니 발먹인가.
왠지 발먹이라는 말이 정감간다.
발로 먹어도 될 것 같고 말이야.
나름 프랜차이즈라 베이징에 노북경자장면들이
성업중이고, 그중 좀 낫다는 곳은 사람도 많지만
그래도 프랜차이즈 이름 걸고 장사하는데
맛이 완전 다르겠는가, 어차피 거기서 거기다.
맛있는 우리동네 삼X원 짜장면이 생각난다.
한국식 짜장면과 자장몐과의 차이는 명확했다.
‘짜고 느끼한 삼색찬란 된장같은 춘장 쬐끔 넣어
생마늘 까면서 온갖 마늘냄새 풍기며먹는 원조냐,
달콤 짭짤 고춧가루 삭삭 살짝 매콤하며 침 뚝뚝
떨어지는 한국식이냐’라는 좀 더 발전된 질문이
직접 먹어본 후에 가능해졌다.
이름이 어렵든 뭐든 뭐가 대수랴.
맛있으면 그만인 것을.
‘중국식은 뭐... 그냥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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