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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떠들기

다자이후 이치란 라멘, 후쿠오카


일본 후쿠오카 여행중에 들르는,

다자이후 관광은 버스 내리자마자

이치란라멘 한그릇 먹고 시작해보자.


이치란라멘의 본점이 있다는 후쿠오카.


본점이 물론 좋지만, 후쿠오카에서 많이들 들르는
다자이후에 갈거라면 그곳의 이치란라멘도
썩 나쁘지 않고, 알다시피 체인이라 맛은 똑같다.


무엇보다 버스 터미널 바로 옆에 있어서,
내리자마자 바로 줄을 설 수가 있다!


후쿠오카 시내를 벗어나는 다자이후행 버스에 올라,
한산해진 거리를 바라보다 보니, 정통 일본식
가옥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일본식 집, 자동차, 하물며 나무까지.


터미널에 재빨리 내리니 왼쪽에 바로 보인다.
시뻘겅색의 이치란라멘


오전 일찍 왔는데도 웨이팅이 있다.
길어지기 전에 얼른 사진 찍고 줄을 서자.


입구에 자판기스러운 주문 시스템이 있다.
어리바리하다가는 뒷사람들의 눈총을 받지만,
한국 사람이 많으니 앞에서 어리바리 하는 모습을
보고 ‘아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하고 배우자.
일단 눈치를 살피고 한국인 뒤에 서보자.

티스푼으로 톡 털어주는 듯한 시뻘겅색
며느리 잘알못 비밀소스는 무료로 10배까지 추가가
가능하고, 기름진 정도와 면의 익힘까지
내가 마음대로, 내 멋대로 정할 수 있다.

10배도 좋지만 기본이 제일 맛있는 법이다.
매워서 헥헥대는 맛으로 이치란을 기억할 것인가.


안내에 따라 들어오니 독서실 끝에서 두번째 자리다.
뭔가 꽉 막힌 느낌, 그치만 일행이 있다면 칸막이를
확 제껴버릴 수 있다. 게다가 라멘을 먹기 시작하면
답답함은 사라지고 목구녕부터 탁 트인 시원함이 온다.


눈 앞의 발이 촥 올라가더니 롸멘이 촥 나오고,
라면 서빙과 동시에 무릎이 땅에 닿도록 고개를 숙이는
직원의 모습에 라멘 한 그릇에도 극진한 대접이 느껴지는
역시 낄본의 모습이다. 낄낄


입맛을 다시고 나름 정갈하게 식사준비를 하며
나를 촥 찾아온 라멘을 자세히 한번 살펴보기로 한다.

며느리도 안 알려주는 저 비밀 새빨강 소스,
티스푼으로 톡 털어 넣은 아름다움을
파들이 둘러싸고 지키는 모양새이다.
새빨강 소스와 누렁 국물, 초록의 파까지 색깔의
조화도 다채로워 크게 떠진 눈도 즐거워지는 순간.

예쁘지만 모양새 따위는 먹다보면 상관없다.
어차피 내가 다 사정없이, 남김없이 먹어버릴 것이다.


파를 추가하지 않은 깔끔한 누렁 국물의 라멘​은
말그대로 깔끔한 육수의 맛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국물은 딱히 설명이 의미 없을 정도로 기가막힌다.
푹 끓인 육수는 한번 퍼먹고 두번 퍼먹다보면 어느새
바닥이 보일 정도로 순삭이다.
며느리 잘알못 비밀소스와 함께 약간의 매쿰함이
섞인, 시원한 해장의 맛을 전해준다.

누렁 국물과 누렁 면은 매우 잘 어우러져서
면은 금새 오물오물 스르르 목구녕으로 사라져버린다.
간혹, 내가 국물을 먹는건지 면을 먹는 중인지
헷갈릴 수 있는데, 그럴때는 지금
숟가락을 들었느냐 젓가락을 들었느냐로 구분하자.


“키이야아~”(맥주 아님) 소리가 절로 나오는 라멘을
개운하게 한바탕 비우고 나오니, 파란 하늘이
드러난 다자이후의 메인 교차로가 눈에 들어온다.


일본에 딱 8개 있는 컨셉 스타벅스 중의 하나,
다자이후의 컨셉 스타벅스는 공사중이었는데,
나라를 잃은 듯 망연자실 바라보고 서있으니
하늘도 나를 약올리는 듯 설상가상 겨울비가 내린다.


일단 비가 오는건 둘째치고
배터지게 먹고 나왔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먹고 또 먹고 기름쳐서 먹고 배터지게 먹자.

어차피 여행에서 다이어트는 불가능해.


학문의 신으로 유메데스한

다자이후 텐만구 신사에 들른다.


919년에 만들어진 이 신사는 공부를 위해
참배하려는 인원들이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도
우산을 쓰고 줄을 서 있다.

기도도 좋지만 공부는 그냥 열심히 하는거지.​

 

 

비가 오는 조용한 다자이후의 거리는 한산하고
고즈넉한 옛 일본의 풍경이 담겨 있는 듯 하다.​

역시 소문대로 기가막히고 코가막히는 맛이었다.
라멘 한 그릇에도 온 정성을 쏟는듯한,
맛과 서비스에 대한 인상은, 왜들 그렇게
후쿠오카하면 이치란라멘을 먹어야한다고
난리법석 시끄럽게들 떠드는지 충분히
알 수 있는 맛이었다.

입구의 자판기 사용부터 친절하게 응대하는 직원과
서빙이 아니라 갖다 바치는 듯한 라멘 한그릇에
첫 국물을 떠 넣기 전부터 미소가 지어진다.

미소는 맘껏 짓고 맛있게 먹더라도
일본과 한국의 역사를 잊으면 안된다.

역사로 마무리 하는 이치란라멘 포스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