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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떠들기

와이포지아, 중국 외할머니 가정식

​와이포지아, 外婆家, Grandmama's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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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그리워지는 이 가을,
아쉬운대로 중국의 외할머니네 가정식을 먹으러
베이징 솔라나몰의 와이포지아로, 외갓집에 밥먹으러
가는 듯 식사하러 슬슬 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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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베이징 솔라나몰에 있다는 와이포지아.
하루 종​일 오던 비가 그치고, 솔라나몰 위로

예쁜 무지개가 생겼다.

 

쉽게 만날 수 없는 반가운 무지개처럼
기억에 남는 반가운 베이징 할머니의 요리이기를

기대하며 솔라나몰의 입구에서 할머니를

한번 불러본다.

“外婆~”(맞나?..)



항저우의 외할머니가 시작한 중국의 유명 체인인
이곳은 중국 가정식의 맛과 착한 가격,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분위기로, 아직 먹어보지 못한 맛을
제외하고는 딱히 외할머니가 연상되지는 않지만,
암튼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와이포지아이다.

보통은 웨이팅이 많다는데 날을 잘 선택했는지,
오늘은 외할머니가 인기가 별로 없나보다.
나라도 얼른 외할머니를 만나러 들어가본다.​

 

들어서면서 외할머니를 다시 한번 불러본다.

“外婆~”(맞는거겠지?..)


붉은 무늬가 들어간 예쁜 접시와 그릇이 세팅된
테이블에 앉아, 외갓집이 연상될리 없는
인테리어를 감상하다가 메뉴판을 받는다.


메뉴판을 뚫어지게 바라봐도 영어 단어 한마디
없는 한문 메뉴가 읽혀질리가 없고,
설상가상 직원도 영어 한마디 알아듣지 못한다.

외국인에게는 밥을 주지 않는 중국인들만의
글로벌하지 않은 항저우 할머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현지인처럼 이것저것 조금씩 주문하고 먹지 못해
아쉽지만, 잘 팔리는 메뉴를 설명한 사진이 있는
메뉴 중에 잘 골라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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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 사이에 맛있다고 시끄럽게들 소문 무성한
마늘당면새우는 쫀득한 당면과 통통한 새우가
짭짤고소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알맞게 구워진 와이포 구운고기(바베큐 포크)는
고소하니 다른 음식들과도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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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뻘건색이 매워보이는 마라두부는 고추기름을
많이 사용한 듯 약간 느끼한데, 같이 주문한
고기볶음밥과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볶음밥의
반찬같은 그런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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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향신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고기볶음밥.
크게 특별하진 않았는데, 한국에서 지주 먹는 볶음밥에
중국식 향이 묻어있는 듯한 볶음밥은 혹여나
현지 음식이 부담스러운 관광객에게 좋은 추천
메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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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가 차려준 것 같진 않지만​​, ‘Cool’ 단어를
알아듣지 못해 그냥 나온 미지근한 맥주 한병과 함께,
일단 참으로 먹음직스러운 한상이 되었다.


생각보다 긴 거리를 걸어왔기 때문일까.
노곤함과 배고픔이 함께 찾아왔을때 와서인지
맛 생각을 크게 안하고 게걸스럽게 먹어버린 듯 하다.
식감이나 맛, 서비스를 따져보면 끝도 없겠지만
게걸스럽게 먹었다는게 그래도 맛있게 먹을만 했다는
뜻이 아닐까. 다 먹고 나오면서 부른 배를 두드리며
와이포지아를 나왔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어딜봐도 외할머니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고,
외국인 손님을 위한 것은 메뉴 사진 말고는 없었다.
프랜차이즈라고 하지만, 베이징 현지 음식점 같은

느낌마저 들었는데 그것이 외국인에게 불친절한 것이
아니라, ‘현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프랜차이즈’라는
마케팅 요소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메뉴를 보는 순간, ‘진짜 중국 식당이구나’하는
생각이 확 들었으니까 말이야.

외국인 한두명 오고 유명세 좀 타면 가격 확 올리고
어설픈 영문으로 간판 내걸고 바가지 씌워버리는
몇몇 몰지각한 식당들 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만든지 얼마 안된듯한 깨끗한 느낌의 베이징
솔라나몰은 우리가 잘 아는 좋은 브랜드들이 많이
입점해 있어 쇼핑하기에 좋고,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직원들은 어색한 한국어로 인사하며 손님맞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베이징을 여행한다면 한번쯤 솔라나몰 와이포지아에
들러 컴컴하니 아늑한 분위기에서, 싸고 맛있는
외할머니의 요리로 여정을 잠시 풀어놓고 맘껏
지갑을 훌훌 비우며 쇼핑을 해보는 것도 좋다.

그나저나 여기 외할머니는 신비주의컨셉인가.
찾아봐도 사진 한장 보이지 않는 야속한 마음에
마지막으로 할머니를 부르며 발걸음을 옮긴다.

“外婆~”(틀리면 뭐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