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고원 카파도키아, 아나톨리아 고원.
요정의 굴뚝이라 불리는 여기.
사막의 모래뿐인 것 같은 황량함과 마주하면서,
괴레메로 들어선다.
난생 처음보는 광활한 기암지대에 눈을 떼지 못하다가
숙소에 도착도 하기 전에 동굴과 바위를 뚤고 숨어살던
아픈 역사를 가진 카파도키아에 마음을 뺏겨버린다.
여러 투어 프로그램이 매우 발달한 카파도키아의
픽업미니버스와 각 투어 및 호텔들은
밀접한 관계를 바탕으로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어느 하나 어긋나는 법이 없을 정도로 긴밀하다.
투어 픽업을 위해 각 호텔로 좁디좁은 사잇길을
뒤뚱거리며 누비는 픽업버스에 앉아,
멀미를 참아보고자 조용히 음악을 들어본다.
투어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안 좋은 추억부터
심어줄 수는 없으니 필사적으로.
아름다운 선셋을 볼 수 있는 선셋투어
가장 유명한 벌룬투어와 그린/레드 투어
ATV투어, 승마투어까지 어느 하나 예외없이
그대가 앞으로 생각하는 '여행'이라는 단어와
항상 always 함께 더오를 것이다.
주요 관광포인트인 데린쿠유 지하도시
으흘랄라 계곡 트래킹, 셀리메 수도원 등을
자세한 가이드의 설명과 함께 할 수 있는 그린투어와
붉게 지는 석양 아래 흙먼지와 함께 바람처럼 달리는
선셋투어의 하나인 ATV투어는 카파도키아를 온몸으로
느끼는데 아무런 부족함이 없다.
실제로 많은 양의 흙먼지를 온몸으로 받게 된다..
조금만 앞차와의 간격이 벌어지면
어느샌가 뒤에서 나와 내 앞으로 추월하는
ATV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답답하게 운전하는 사람을 기다려주지 못하는
조급함은 전세계 어딜가나 비슷한가보다.
누군가 추월해 지나갈때는 우리 한국인의
국제적 위상을 떠올려보고 썩은 미소와 함께
'Hello'라고 인사를 건네보자.
선셋포인트에서 내려다 보이는 줄을 맞추어
가지런히 서 있는 ATV들이 제각각 마음껏 솟아있는
기암 괴석 사이에서 생각보다 괜찮은 조화를
이룬다고 느낄 때.
하나하나 모든 것이 선셋을 위해 만들어진 배경처럼
카파도키아의 지평선 끝에서부터 붉게 물들어가며
참을 수 없는 짐승같은 감탄사가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터져나온다.
어렵게 렌트한 작고 덜덜거리는 UTV를, 다소 느린
바람같이 달려 파샤바 계곡의 스머프 마을과
데브란트 계곡의 쌍봉 낙타 선생을 만나본다.
스머프가 살고 있을 것 같은 삐죽삐죽 솟은 버섯
모양이 예쁜, 실제로 스머프의 모티브가 되었던 이곳.
그리고 메르스로 죄책감에 시달렸을 낙타 선생도
오늘만큼은 위풍당당하게 산 위에 버티고 있구나.
광활한 대지에, 흔히 신이 깎았다고들 말하는
아나톨리아 고원 기암괴석의 신비로운 풍경에
그저 감탄하며, 사진으로도 전부 담기지 않는
비경에 아쉬움을 남긴 채, 파란 하늘의 작은
조각구름 하나까지, 특유의 날씨 탓에 건조해진
눈에 담아보려 애를 쓴다.
이제 정말 나이가 드는지, "우왕 대박!" 보다는,
뭔가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복받치는
넓게 트인 장관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하는
막연한 슬픈 감정에 나도 몰래 슬쩍 눈물을...
좀처럼 눈물이 나지 않았다...
괴뢰메 야외박물관의 유적지를 그늘삼아 제멋대로
들어와 쉬고 있는 늙은 개도, 땡볕에 졸린 듯 눈을
꿈뻑이던 낙타들도 모두 카파도키아였다.
아름다운 풍경에 기쁨섞인 눈물이 나는 그대.
그대... 나이 들었다.. 뭐 나도 그렇고...
아나톨리안 호텔 근처 기념품샵에서 산
왠지 멕시칸스러운(나쵸 포장 무늬의) 밀짚모자는
뜨거운 태양을 막는데는 매우 유용했으나
역시 일상으로 돌아오니 쓸일이 없다.
하지만 그닥 비싸지 않으니 없다면 하나 장만하자.
나름 쓸모있는 전등 장식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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