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들이 휴양을 위해 즐겨찾는다'는
터키 남쪽, 지중해 연안의 안탈리아.
말 그대로 여유로운 도시.
붉게 지는 터키의 아름다운 태양을 바라보며
그렇게 공항에 도착한다.
코를 사정없이 쑤시는 강렬한 터키의 냄새(?) 사이로,
코를 이리저리 킁킁대도 향긋한 바다 냄새는
어찌된 일인지 당췌 코에 걸리질 않는다.
터키의 냄새(?)는 생각보다 강렬하다.
국내선으로 이스탄불에서 떠나온다면,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스탄불 보기 : 이스탄불을 걷다
공항을 떠나, 택시의 열린 창문 사이로
'아, 드디어 무언가 코를 꽉 막고 있던 냄새가
조금 사라지고, 향긋한 바다 냄새가 난다.'
안탈리아 도착 후의 첫 식사에 주문한 생선구이 요리.
마냥 귀여웠던 고양이들이 애처로와 식사를 조금 나누어
주었는데, 조금 주니 계속 달라고 '애옹애옹' 난리를
치는 통에 결국 손을 휘휘 저으며 쫒아낼 수 밖에 없었다.
고양이는 고양이 밥을..
먹음직스러운 생선 구이에 하우스와인을 곁들여
나름 근사한 저녁식사로 일정을 마무리 한다.
못내 아쉬운 생각에, 지나던 시끌와글벅적한 호텔 근처
Pub 테이블에 나도 모르게 스르르 앉아, 홀린듯이 주문한
시원한 맥주를 들이킨다.
안탈리아 고고학박물관을 목적지로 출발.
가는길에 있는 스타벅스에 마음을 빼앗겨
멋스러운 거리를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찍느라
한시간 이상을 머물다가,
갑작스레 각박하며 허풍 난무한 현실세계의
현대인임을 깨닫는다.
"그늠으 SNS 인증이란.."
기원전 2세기에 만든 웅장하고 멋들어진,
로마의 영광 하드리아누스의 문을 감탄하며
느릿느릿 움직이는 고풍스런 개화시대 트램을 타고,
반쯤 감은 눈으로 코를 킁킁거리며 안탈리아를
온전히 느껴보려 한다.
코만 킁킁대고 서있다고 느껴지나,
근데 코만 킁킁대도 느껴지는 듯 하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도, 열린 창문으로 멋들어진
동상을 지나 나를 한껏 훑고 지나간 지중해의
바람냄새까지, 낯선 동양인을 위해 만들어진 완벽한
하루인 것 같은 행복한 착각을 해본다.
그리스, 로마, 히타이트, 비잔틴, 투르크의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고 나를 안달나게 만든 이곳,
터키 안탈리아 고고학박물관은 실제 발굴된
수 많은 그리스신들의 석상이, 굳이 손을 뻗지 않아도
눈 앞에서 만져질만큼 가까이에 전시되어 있다.
석상과 석관들의 얼굴, 손끝까지 표현된,
거친 돌 표면에서의 부드러운 섬세함,
숫자와 규모는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고,
게다가 바로 코 앞에 있다.
손을 뻗어 전시된 유물을 몰래 살짝 만져 볼..
그러면 안된다.
박물관 정문 건너의 풍경이다.
박물관 정문 건너편의 절벽에서는 멀리 펼쳐져있는
시원한 지중해와 해변을 볼 수가 있다.
마냥 앉아 바라보며 쉬도록 벤치가 옆에 있고,
뭐라도 먹으면서 쉬라고 구멍가게도 있다.
아이스크림 하나 들고 지중해의 바람과 시원하고 푸른
바다를 눈과 코, 그리고 가슴에도 양껏 담아본다.
Mermerli 레스토랑에서 운영하는 '프라이빗 비치'.
지중해에 몸을 담궈본다.
레스토랑 내부를 통과해서 안쪽의 문을 나서면,
동양인이 단 한명도 보이지 않는 지중해의 비치가
저 절벽 아래 까마득한 계단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다.
해가 스물스물 져 가는 지중해의 선베드에 누워
시원한 맥주를 토할때까지 마실 수 있다면
덕지덕지 선크림으로 가오나시 마냥 허연 얼굴도,
살짝(?) 불룩한 아랫배도 전혀 신경쓰이지 않는
가장 완벽한 휴가가 된다.
사실 '살짝' 보다는 조금 더 불룩하다.'
다가가는 순간 감탄이 터져나오는 뒤덴폭포를 앞에 두고
햇빛에 부서지는 물보라 위 무지개와, 멀리서 지나가는
그림같은 배, 파아란 하늘 등, 모든 주변 배경들이
어우러져 그림 한폭이 있는 듯 하다.
행복함도 잠시, 머지 않아 까맣게 잊고 생업에 기를 쓰며
살아야 할 현실에, 두번 다시 뒤덴폭포를 만날 날이
없을 것 같은 막연한 슬픔이 먼저 밀려온다.
후에 어렴풋이나마 감은 눈에 나타나기를 기도하며
빠짐없이, 또 저 바다 건너 끝까지 한참을 바라보고는
못내 아쉬운 듯 발걸음을 돌린다.
뒤덴폭포로 가는 길에 근처에서 찾은, 높은
트립어드바이저 평점에 빛나며 어마무시한
스시크기의 스시집은 '아, 오늘만은 케밥 말고..'라는
생각이 든다면 아주 안성맞춤인 메뉴가 된다.
이곳 거리의 사람들은 낯선 동양의 한국인에게
'형제의 나라'라고 차이(터키 티)를 권하며 온정을 베풀고
고양이는 눈 앞에 카메라를 들이대도 움직이지 않았는데,
어서 찍고 가버리라는 듯이 체념한 얼굴은 너무 귀여웠다.
행복한 걸음으로 바닷가를 거닐어보며 바람 냄새도
킁킁 맡아보고, 거리의 귀여운 고양이와 개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네며 걷는다.
아무 예쁜 노천 케밥집에서 식사도 하고 말이야.
터키에 간다고?, 그렇다면 안탈리아는 어떨까?
아마도 지중해를 건너오는 시원한 바람은
한껏 지쳐있던 그대의 복잡한 머리를 식혀주고,
또 무언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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